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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떠오르는 감상들을 적어놓는 공간입니다. 책 자체의 이야기 + 책을 읽고 떠오른 감상들이 섞여있는 독서에세이입니다.

몇해전 베스트셀러였고, 영화까지 만들어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다시 읽었다. 주인공 앤드리아는 평범한 대학생활을 마치고, 저널리스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첫 직장을 찾기 시작한다. 우연히 인터뷰를 보게된 런웨이에서 패션계의 거물인사인 미란다 프리스틀리의 어시스턴트의 일을 얻게 되면서 그녀의 인생이 바뀐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되면서 좌충우돌 다양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녀는 그렇게 사회인이 되어간다.

소설속에서는 많은 젊은 여성들이 동경하는 명품과 패션산업에 대해서 상상력을 극대화시킨 부분도 있지만, 앤드리아가 첫 직장에서 겪는 이야기는 많은 새내기 직장인들도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가정에서 유아기를 거치고 나서 5-6살이 되면 우리는 삶의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혹은 대학교, 대학원)까지 적으면 12년, 길면 20년 가까이 우리는 학생의 신분으로 자라나면서, 학생으로의 신분에 익숙해진다. 학교에서 우리는 보호를 받으며,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고 선생님 말씀을 잘 들으면 모범생으로서 칭찬을 받는다. 학교에서 우리는 체력을 키우고, 공부를 하고, 친구들과 우정을 쌓을 것을 암묵적으로 강요받는다. 학교라는 곳은 성적이라는 스트레스가 있기는 하지만, 공부를 못한다고 해서 학교에서 쫒아내지는 않는다. 또한 학생이 학교가 싫다고 해서 무조건 뛰쳐나와서는 갈곳이 많지 않다. 학교는 부모처럼, 가정처럼 학생들을 지켜주는 울타리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 이런 개념을 연장해서 직장생활 초기에 적응하지 못한다. 

 

우리는 성인이 된 이후 회사에서 자아를 형성한다  

물론 자영업을 한다던가, 단순한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어딘가에 소속되어 월급을 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태어나서부터 최소 스무살이 될 때까지 우리가 생활하고, 익숙한 가정학교는 '회사'와는 완전히 다르다. 존재목적이 다르고, 구성원을 대하는 방식도 다르다. 인턴과정이나 아르바이트를 통해 회사생활을 해봤을 경우는 그나마 낫지만, 처음 접하는 회사는 모든 것이 낯설다. 우리는 가정에서 '가족구성원을 존중하라'고 배웠고, 학교에서 '급우들과 원만히 지내고, 선생님 말씀을 잘 들을 것'을 강요받았다. 우리는 20여년간 몸에 밴 생활습관을 가지고,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여러번 깨지면서 사회인으로 다시 태어난다. 회사의 생리를 깨닫고, 나름의 처세술을 익혀간다.


1.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

회사는 기본적으로 직원을 가르키고, 보살피려는 가정이나 학교가 아니다. 이윤추구를 위한 도구로서 직원을 고용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을 기대한다. 회사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직원이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도구로서 업데이트시키려는 것이다. 학교에서 했던 것처럼 요점 정리하고, 기본문제 풀고, 응용문제를 푸는 단계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응용문제를 풀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만일 준비가 덜 되었다면 최선을 다해 가능한 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를 풀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2. 회사는 직원을 선택하고, 직원도 회사를 선택한다.

가족같은 분위기를 강조하는 회사는 사실 좀 위험하다. 정말 가내수공업이 아닌 이상, 회사는 이익창출을 위해 직원을 고용할 뿐이다. 이익을 더이상 내지 못해 구조조정을 하고, 직원들을 내보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가 아닌 이상 회사는 직원을 버릴 수 있고, 직원 역시 회사를 그만 둘 수 있다.

예외적으로 가족처럼 끈끈한 관계의 회사와 직원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회사는 회사, 개인은 개인을 위해 살아간다. 회사에서 돈 받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일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아니라면 도둑심보) 오버해서 충성하거나 무리할 필요는 없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회사는 회사, 직원은 직원이다.

3. 직장동료는 친구나 가족이 아니다.    

직장은 이해관계가 얽혀서 함께 하는 공동체이지, 가족이나 친구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회사에 처음 들어가서 하는 실수중의 하나가 회사에서 지나치게 깊은 인간관계를 갈구하는 것이다. 물론 직장생활이 길어지면 친구처럼 가까워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적당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실망하지 않는 비결이다. 커피 한잔에 내 이야기에 동조하던 동료가 불리할 때는 상사에게 내 이야기를 (과장까지 해가며) 일러바치는 일을 할 수도 있다. (비약이 심하긴 하지만) 지나치게 자신을 보이는 것은 전챙터에서 등을 보이는  것과 같다.    

4. 모든 것을 다 갖춘 완벽한 직장이란 없다.

나의 첫 직장의 상사는 다음 조건을 갖추는 것이 좋은 회사라고 이야기 했다. 
 
1. 물질적 보상 (높은 월급, 복지)
2. 직장동료들과의 좋은 인간관계 (가족같은 마음 편한 분위기)
3.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


하지만 이 세가지 조건을 다 갖춘 회사는 없다며, 이중의 하나나 두개조건만 충족되어도 사람들은 그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다고. 그래서 자기는 이중에 하나나, 두개만이라도 부하직원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모든 것을 다 갖춘 직장은 없다. 직장이 마음에 안들어서 옮겨서 몇군데 다니다보면 직장생활이라는 게 결국 어디서 하든 다 거기서 거기라는 것을 깨닫는다. 만족할 부분은 만족하고, 부족한 부분은 그냥 넘겨야지 거기에 집착하면 안된다.

나의 첫 직장  

나 역시 첫직장은 매우 파란만장했다. 똑똑하고 사업수완을 갖추고, 임기응변에 능한 사장님을 모시고 일을 했다. 급여 및 복지조건도 매우 좋았고,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일을 실컷 하고 배울 수 있었다. 입사후 첫 1년동안은 주말에 쉰 날이 손에 꼽을 정도이고, 토요일 내내 일하고 일요일 새벽4시에 퇴근해서 바로 짐싸서 해외출장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고 곯아떨어지기도 하면서 무리하게 일을 소화해냈다. 몸이 고된 것은 상관이 없었다. 좋아하는 일이었기에. 하지만 견디기 힘들었던 건 사생활에 참견하고,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상사의 성품이었다.

사적인 일을 시키지는 않았지만 두려움과 공포, 권력을 기반으로 한 미란다 프리스틀리의 행동과 매우 비슷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앤드리아의 상황이 절실하게 이해가 되어서 감정몰입을 해서 읽었다. 나 역시 마지막은 앤드리아처럼 매우 구미에 당기는 당근을 뒤로 하고, 과감하게 회사를 그만두었고, 새로운 회사로 옮겼다. 그리고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첫 직장은 매우 괴로웠지만, 또한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커리어를 위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며 상사의 유형과 그 대응법에 대해 공부하게 했으며, 무엇보다 회사가 학교와 다르며 사회인으로서의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새내기 직장인들이여, 회사가 그대를 속이거나 노여워 말라. 그 과정을 통해서 그대들이 성숙해질지니...
 
                                                             * 이 포스트는 팀블로그, 감성미디어 Blue2sky에 게재되었습니다.  

Posted by 홍콩달팽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