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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길 위에서 자란다'에 해당되는 글 1

  1. 2009.10.30 [독서노트] 아이들은 길 위에서 자란다. (8)


아이들은 길 위에서 자란다
카테고리 여행/기행
지은이 김선미 (마고북스, 2006년)
상세보기

여행을 많이 다녀봤지만, 아쉽게도 (그리고 부끄럽게도) 한국을 제대로 다녀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국내여행 서적을 보면 늘 목마르다. 비록 세계적으로 유명하지 않은 소박한 곳일지라도, 내가 나서 자란 우리나라 곳곳을 누비고 다니고 싶은 국토종단의 로망, 언젠가는 이루고 싶다. 대학시절 박카스 광고속 젊은이들의 국토종단 CF를 보면서 얼마나 가슴이 설레던지...  


이 책은 그 로망의 연장선에서 선택했었다. 언젠가 나도 저자처럼 아이를 데리고 국토종단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본격적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 왜 여행을 떠나려고 하는가에 대해 저자가 스스로 답하는 부분이 있는데, 워킹맘으로서 팍팍 가슴에 와닿았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정 무렵까지 교정지를 들여다보고 있자면 엄마 없이 잠들었을 아이들 생각에 가끔 목이 메기도 했고, 남자들이나 미혼의 여자 후배들에 비해 좀 더 적극적으로 일에 몸을 던지지 못하는 스스로를 바라보는 일은 곤혹스러웠다. 좋은 엄마도 유능한 직업인도 결코 될 수 없겠다는 생각에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나는 허둥거리고 있었다.

화려하고 말초신경을 자극할만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없지만, 잔잔하게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특히 여행을 하다보면 아이와 실갱이 하고 신경전을 벌이는 부분의 묘사가 매우 현실적이었다. 성격도 기호도 다른 두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하면서 겪는 에피소드와 엄마의 마음이 잘 그려져 있다. 부분 부분 등산관련된 정보글과 아이들의 일기도 있어 정보도 제공하고, 재미도 추구하고 있다.

사실 산악인들은 비박(프랑스어로는 Bivouac, 독어로는 Biwak)이라고 해서 텐트없이 매트리스와 침낭만으로 야외에서 자는 걸 더 좋아한다. 말 그대로 풀밭으로 요를 깔고 하늘을 이불로 덮고 자는 풍류를 즐기는데 이만한 것이 없다.

음식과 생활에서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추구하고, 소박한 삶을 꿈꾸면서도 현실과 타협하기도 하는 그녀의 모습은 보통엄마다. 저자의 생각의 흐름에서 내 모습을 본다.

그렇지만 새로 산 텐트에 대해서는 오롯한 소유의식에 기꺼웠다. 카드 할부도 아니고 현금으로 샀다는 게 더 좋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텐트에 비하면 덩치만 컸지 그 알량한 소유의식에 대한 대가로 매달 지불하는 대출금 이자며 그 공간을 채워 넣으려고 쉼 없이 사다 나르는 물건들이 나에게 끝없는 노동을 파는 임금 노동자의 굴레를 강요하는 게 아닐까 싶던 참이었다. 살아가는 데는 철로변의 공구박스 정도면 충분하다던 소로우의 말을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된 느낌이었다.
할 수 없이 아침은 간단히 빵을 사먹기로 했다. 시내 제과점에 들러 갓 구워낸 빵과 우유를 사서 다시 바닷가로 달렸다. 비록 빵으로 때우는 아침이지만 경치 좋은 데서 먹자는 게 내 주장이었다.
오븐에서 갓 구워낸 빵냄새는 달콤하고 푸근했다. 공장에서 똑같은 맛으로 만들어져 전국의 매장으로 배달되고 매장에서는 단지 냉동된 빵을 굽기만 했으면서도, 마치 밀농사를 지어 스스로 제분하고 빵을 만들어 갓 구워낸 것처럼 우리를 유혹한다. 그러나 이 '신선한' 빵의 밀가루는 몇만킬로미터 떨어진 이국의 들판에서 농약에도 잘 견딜 수 있도록 유전자가 조작된 씨앗에서 얻은 것이다. 
농약을 뒤집어 쓰고 자라나 수확된 뒤 하얗게 표백하고, 또 바다를 건너오기 위해 방부처리된 것이 이 빵의 이력일 것이다. 그러나 길멀미가 나도록 오래 달려온 우리에게는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빵의 유혹이 너무도 강렬했다.  

등산전문잡지 '산'의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의 필체는 과장되지 않고 정갈하다. 특별한 여행정보를 얻기에 적합한 책은 아니지만 아이와 함께 여행을 떠날 부모라면 한번쯤 읽어보는 것이 좋다. 아이들과 여행하면서 부딪힐 만한 일들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다. 
달팽군을 데리고 여행해보면 확실히 길 위에서 아이의 몸과 마음은 부쩍 자란다 앞으로도 달팽군과 함께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을 더 많이 다녀보고 싶다. 쑥쑥 자라면 엄마랑 다니기 보다는 혼자 여행하고 싶을 날이 곧 오겠지? 그럼 뿌듯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할 것 같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온 세상어린이를 다 만나고 오겠네. ♪

Posted by 홍콩달팽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