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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계정'에 해당되는 글 1

  1. 2009.08.31 [교민소식, 2006년 12월호] 곽계정선생을 만나다
[달팽가족이 만난 사람들] 홍콩한인회 잡지 교민소식에 연재했던 인터뷰 기사입니다.


가을이 완연한 10월 말, 홍콩 시티홀 1층 전시회관에서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공예가 곽계정 선생의 전시회가 열렸다.  넓은 전시홀 안에 시기별로 정리되어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을 보면서, 그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과 목공예, 염색공예, 판화, 동(銅)벽화, 오브제, 유화 등 공예를 넘어선 다양한 예술 분야를 섭렵하고 있음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눈에 익은 한국적인 선들, 그 아름다움.  단순하고 망설임 없는 선과 원색의 사용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조화로움과 적절한 무게감.  40여년 이상의 작품 활동의 연륜이 곳곳에서 배어 나왔다.  마침 전시회장에 방문한 날은 전시회를 마치는 날로, 퇴근 후 늦은 시간에 들르게 되어, 전시된 작품들을 정리하는 사람들도 있는 약간은 어수선한 분위기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쪽 구석에서 계속해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곽계정 선생을 보았을 때는 그 집념과 몰두함이 신내림을 연상시킬 정도로 압도적이었고, 전율이 일었다.  

과묵한 모습과 예술가, 드라마에서 보았던 역사 속에서의 장인들의 이미지여서, 인터뷰를 하러 가면서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도 다음 날 묵고 있는 호텔에서 만난 곽계정 선생은 소박하고, 부드러운 어머니 같은 분이었다.






해외 전시회를 많이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여태까지 어떤 곳에서 전시회를 하셨으며, 가장 기억에 남으시는 곳은 어떤 곳이었는지

미국, 대만, 호주, 스웨덴, 뉴질랜드, 일본, 중국 등 세계 31개국에서 초대전을 개최한 적이 있습니다.  대만 History Museum에서의 대규모 전시회를 열었고, 78년 아주 우연한 계기로 미국 미네소타주 대학화랑에서 초청 전시회를 가진 적도 있습니다.  제 카드 작품이 그곳까지 흘러들어가 어떤 전문가의 눈에 띄어 먼 극동의 나라까지 이름과 주소를 어떻게 찾아내어 고맙게도 저를 불러주었습니다.  한 장의 그림이 국경을 초월해서 인종과 환경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해와 감동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제 직업에 참으로 보람을 느꼈습니다.  또한 기억에 남는 것은 일본 우에노 (국립) 미술관 초대전입니다.  일본이라는 특수한 관계 때문에 전시회 전에 긴장이 되고,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다시 한번 '예술에는 국경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NHK에서 주최한 우에노 미술관 초대전에는 하루 1,500명이 방문했으며, 애호가들이 제 작품들을 많이 소장해 주셨습니다.  제 작품을 구하고 싶어서 한국까지 연락을 주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들의 찬사와 칭찬 속에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인식시켜주는 계기가 되었고, 개인적인 영광보다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우리 얼을 심을 수 있다는 자부심에 가슴이 뭉클했었습니다.



홍콩에서는 이번이 처음 전시회이신지요? 홍콩에 대한 인상은 어떠십니까?

2년 전 Jockey Club Lobby에서 동판화, 유화(회화) 작품들만 모아서 전시회를 가졌던 적이 있으니, 이번이 2번째입니다.  이번에는 회화 뿐만 아니라 공예품과 동판화까지 전반적인 작품들을 전시했습니다.  동생이 홍콩에 살고 있어, 외국 전시회가 있을 때는 한국에 돌아가는 길에 3일 정도 꼭 들러 휴식을 취하고 가곤 했습니다.  제가 먹는 걸 좋아하는 데, 홍콩의 식도락이 유명하지 않습니까?  중국음식은 사실 예술이예요. 역사가 깊고, 세계적, 과학적인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지요.



음식을 좋아하시나 보네요. 직접 만드시는 것도 즐기시나요?

외국을 여행할 기회가 많아, 각 국을 다녀보며 그 나라의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 참 즐겁습니다. 맛있는 음식은 먹고 잘 기억했다가 한국에 돌아가서 직접 만들어 보곤 합니다.  이름도 기억하지 못해서 멋대로 지어내고, 재료도 다르니 색다른 맛이 창조되기도 하지만, 그렇게 음식을 준비해서 손님들을 대접하느라 바쁜 시절이 있었습니다.  한번은 뉴질랜드에서 도자기 공예하는 분 내외와 식사를 했는데, 양재기에 치즈, 소고기 얇게 다져서 구운 것, 야채를 푸짐하게 넣은 너무 맛있는 찜을 먹은 적이 있었어요.  나중에 집에 와서 하면서 따라해 봤는데, 일반 양재기가 아니라 동판화를 만드는 주물에 담아서 만들었더니, 먹는 내내 음식이 뜨거웠어요.  그런 음식들을 제 작품팬들과 함께 나눴습니다.  30년 전부터 제 작품을 아껴주시는 분들에게 어떻게 보답할까 고민하다가, 한 달에 한 번씩 제 아파트 연구실에서 모임을 갖기로 했습니다. 이분들의 눈을 뜨게 해서, 예술에 대한 안목을 높여 드려야 겠다고 생각하고, 염색, 판화, 종이 공예, 민화, 난초 등에 대한 강연도 듣고, 직접 체험도 하는 모임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아트센터 등등이 백화점, 학교를 중심으로 많이 생겼지만, 그 때만해도 소수 관심있는 사람들만 미술을 접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취지가 좋아서 오광수 전 국립 현대 미술관 관장님등 쟁쟁하신 분들이 와서 강의를 해주셔서 너무 좋은 경험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분들이 점점 눈이 밝아지고, 취미가 두터워져서, 한 달에 한 번씩 강의를 듣고, 손수 실험도 하고, 점심도 지어서 함께 먹으면서, 먹는 재미에 모이는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지금은 나이들도 들어서, 예전처럼 강의를 듣거나 하지는 않는 순수한 친목모임이 되어, 밖에서 식사를 함께 하는 그런 모임으로 남아 있습니다.



예술적인 감각을 키우는 데, 가족적인 환경이 또한 큰 영향을 미쳤다고 들었습니다.

아버님, 어머님이 골동품을 모으고,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시고, 성격이나 기질이 즉흥적이고 예술적인 감각을 가지고 계셨고, 반 예술가셨습니다.  그런 집안 분위기가 영향을 많이 끼쳤던 것 같습니다.  작품 활동을 직접적으로 하고 있는 분은 없지만, 보는 눈이라든지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은 6형제가 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런 영향을 받은 탓에 대학을 다니면서도, 용돈을 쪼개 모아 골동품을 사서, 그 아름다운 무늬들을 바라보면서 연구하기도 하고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홍콩에서 자란 조카 중에, 황수지가 있는데, 피아노를 전공해서 프랑스에서 입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반복되는 소재가 사용된 것을 발견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파고들려면 책을 써도 모자라지요. 개구리, 오리, 엄마와 아이, 달, 산, 연인  제 그림에 나타난 이런 소재들은 제가 살면서 주변을 돌아보면 항상 보아오는, 늘 같이 살아가는, 생활을 같이 하는 그래서 항상 내 친구이고, 없으면 안되고, 그런 것들입니다.  생활을 어떻게 사느냐, 아름답게 사느냐, 동심속에서 사느냐, 악하게 사느냐. 이런 것들이 마음가짐, 정신에서 결정이 됩니다. 제가 추구하는 것은 많은 분들이 제가 그린 그림을 보고, 동화적인 분위기에서, 동심을 가지고 살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런 기분으로 살면 머리 굴리는 사람도 안되고,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과 조화롭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번 전시회에서 유화, 왕골 공예를 거쳐, 동오브제까지 시기별로 작품들을 전시하였습니다. 해외 전시회와 공부도 하고, 활동을 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지만, 결국은 그 속에 완전히 빠지지 않고, 계속 자신다움을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해외 전시회가 더 많았는데, 앞으로는 국내에서도 더 작품 전시회를 열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래서 돌아가면 또 바로 한국 전시회 작품을 준비해야 합니다.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작품에 대한 열정에, 인생을 멋지게 사는 모습이 부럽게 느껴졌다.  전통적인 공예의 아름다움을 계승하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하여, 독특한 감각의 예술 영역을 확보해 국내, 외에서 감응과 격찬을 받고 있는 곽계정 선생.  문득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한 때 유행했던 광고카피가 떠올랐다.  
밥상이 바뀌고, 부엌이 바뀌고, 사람들이 바뀌면서 사라져 가는 것들 함지박, 키, 소쿠리, 바가지, 항아리의 형태를 재현하거나 옛 풍습과 고향 마을 풍경들을 작품에 담고, 잊혀져 가는 전통 공예의 기술을 되살리려고 노려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선생의 작품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니, 마치 내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그 독특한 세계로 빨려 들어가 오리, 개구리, 토끼, 호랑이, 달, 벌레, 산과 함께 있는 것 같다.  그들이 나에게 묻는다.  '무얼 그리 억척스럽게 살아가는가.  자연스럽게, 서로 어울려 조화롭게 살아가면, 족하지 않은가.'
Posted by 홍콩달팽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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