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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소설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고립되고 외로운 영혼들이다. '도쿄타워'는 고등학교 동창인 20대 초반의 토오루와 코우지의 사랑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다. 두 사람은 연상의 여인을 사랑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전개해간다. 이 소설은 냉정하게 말하면 '불륜'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불륜에 거부감이 있는 분이라면 여기서 멈추길 바란다.
 
외로운 도시에 사랑을 갈구하다  
 
시골에서 태어나서 자라다가 학업 혹은 직업을 위해 도시로 나온 어른들은 도시는 삭막하고 외로우며, 자연이 좋고 인정 많은 시골이 좋다는 시골예찬을 하곤 한다. 도시에서 태어나서 자란 나는 북적북적하고 흥미로운 일이 많고, 편리한 도시가 좋다. 자연과 시골이 그립기도 하지만 그건 잠시 휴가를 떠날 때의 이야기다. 거기서 터를 잡고 살라고 한다면, 글쎄..
 
시골에서의 삶에 비해 도시에서의 삶은 다양하다. 시골에서 자연을 벗삼아 생계를 이어나가는 일이 비교적 제한되어 있다면, 도시에선 별의별 직업이 다 있다. 그 직업의 다양함 만큼 삶도 다양하다. 토오루처럼 남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타인과의 교류를 거의 하지 않고도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코우지처럼 양다리에, 학교생활과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활동을 다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다양함 속에 그들의 은밀한 사랑이 숨어 있다. 행동반경이 좁고, 옆집 수저가 몇개 있는지까지 알 수 있는 시골에서라면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사랑이야기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사는 대도시 도쿄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온기를 느끼기가 힘들다.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여전히 외롭다. 외로워서 함께 살아갈 누군가를 찾아서 자신의 마음을 허락한다.    
 
대부분의 큰 도시들은 도시를 상징하는 탑들이 있다. 도쿄에 도쿄타워가 있다면, 서울엔 남산타워가 있고, 상해에는 동방명주가 있고, 파리에는 에펠타워가 있다. 하늘을 향해 안간힘을 다해 당당하게 서있는 그 건물들은 화려한 조명속에서 아름답지만 외롭다. 도쿄사람들은 도쿄타워를 닮았다. 그래서 토오루는 그렇게 도쿄타워를 좋아했던걸까.

Creative Commons : tarop / flickr

토오루, 한 여자에서만 존재가치를 찾는 남자   
 
토오루는 자라면서 자기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지 못했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아버지의 부재, 그리고 커리어를 위해 바쁜 어머니의 부재. 형제도 없다. 그는 '꼭 필요한 것외에는 놓여있지 않은' 깔끔하게 정리된 집안에서 유리창에 지문을 남기지 말 것을 강요받고 자랐다. 자라면서 유리창에 가까이 서서도 좋아하는 도쿄타워를 바라보면서 지문을 남기지 않고, 그 사이에 적당량의 공기를 남겨두는 법을 터득했다. 그는 별히 좋아하는 것도, 특별히 싫어하는 것도 없이 흥분하지도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는 존재감이 희박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런 무채색 그의 인생에 색을 칠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있었으니, 엄마의 친구이자 연인인 시후미다. 그녀는 또 다른 무채색 인생을 산다. 부유하고, 아이가 없는 부부. 사업을 잘 해나가고 있고, 사교계에서도 나름 잘 해나가고 있는 성공한 부부다. 그녀에게 결혼은 사랑으로 인한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녀의 결혼은 경제적 여유와 사회적 지위를 보장해주는 하나의 비지니스였다. 그녀의 삶에는 절박함과 현실의 무게가 빠져있다. 예술과 미(美)를 사랑하지만, 지나치게 탐닉하지는 않고 즐긴다. 

어떤 상황에서든 의연하게 처신하고 흐트러지지 않는다. 비가 퍼붓는 날에도 그녀의 옷은 '막 건조하듯'  뽀송뽀송하다. 그녀는 자신의 삶이 궤도를 벗어나는 걸 원치 않는다. 돌발행동을 하지 않고, 시간과 장소등 늘 미리 계획을 세워 움직인다. 그녀는 토오루를 사랑하지만, 그것에 모든 걸 걸지는 않는다. 그녀의 침실은 간접조명만 사용하고 있다. 자신의 결점까지 다 드러내지 않고 적당히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익숙하다. 그녀는 토오루와의 사랑이 현실의 옷을 입고도 아름답게 유지되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다. 
 
토오루에게 시후미는 '세상' 전부이다. 그의 마음속에 부재했던 '어머니'의 모습이며, 외로움을 잊게 해주는 '연인'이다. 그는 그녀를 통해서 세상을 본다. 그녀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그녀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 하루종일 텅 빈집안에서 무기력하게 그녀의 전화를 기다린다. 그녀는 그렇게 그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어느날, 그는 그녀를 빼앗고 그녀와 함께 살아갈 것을 결심한다. 그 결심은 그에게 목표를 만들어주고, 친어머니에게서 독립할 계기가 된다. 시후미의 존재안에서 토오루는 성장해간다.    
 
코우지, 고독한 만인의 연인  
 
연상의 연인과의 은밀한 밀애를 제외하면 그는 지극히 정상적인 젊은이다. 학교를 다니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귀여운 애인과 새벽 테니스를 치며 데이트를 즐기는 부지런한 청년이다. 상황상황에서의 대처능력과 활동능력을 갖추었다. 
 
토오루는 많은 여자를 만났고, 14살 연상의 키미코와 열정적인 육체관계를 맺고 싹싹하고 귀여운 아가씨 유리와 데이트를 하며 양다리를 걸친다. 여러 여자와 사랑에 빠진 듯하지만 사실 그는 누구도 사랑한 적이 없다. 사랑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마음을 다 내어주는 법을 그는 모른다. 그는 사랑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버리는 것은 내쪽이다'고 되뇌인다. 사귀는 상대에게 감미로운 고백을 하고, 시간과 정성을 들이지만 정작 상대의 행복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눈빛과 마음을 읽지 못하고  제대로 대화를 나누는 법을 모른다. 그래서 여러 여자들을 거치면서도 그는 외롭고 쉬어갈 곳이 없다.    
 
나름 잘 굴러가는 것 같던 그의 삶이 대학 졸업을 얼마 앞둔 시점에서 어긋나고 만다. 처음 사귀었던 연상의 여자, 아츠코의 딸로 자신의 고등학교 동창인 요시다가 나타나면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결국 그는 키미코와 유리에게 모두 버림받고, 아츠코에게도 오해와 상처를 줄 것은 염려하는 상황에 처하고 만다.
 
여자는 나이에 상관없이 사랑받고 싶어한다. 그런데 결혼후 일정시간이 흘러 부부가 각자의 생활이 바빠지고 상대방을 공기처럼 당연한 존재로 여기고 소홀하게 되면 마음 한부분에 약한 연결고리가 생긴다. 코우지는 그 부분을 잘 잡아내서 상대방의 마음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전혀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런 만남은 한순간의 불장난으로 끝나고 서로에게 상처뿐인 처참한 결말을 가져온다. 자신의 마음을 내어주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 토오루는 언제 돌아서도 심리적 부담이 없는 유부녀를 선택한다. 단, 혹시 모를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아이가 있는 여자는 건드리지 않는다라는 나름의 신조를 가지고 말이다. 그러나 그는 키미코와의 이별은 통해서 깨닫는다. 쿨하게 먼저 버리고 떠나는 사람 자신도 결국은 상처받는다는 걸 말이다. 그의 연애는 자학하듯 자신의 마음을 온통 상처투성이로 만들어 버렸다.

그 둘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아직 20대 초반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그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그들의 30대는, 그리고 40대는 어떤 모습으로 나이들어갈까? 속편이 나오지는 않을까. 이 글을 쓰면서 이미지를 위해서 검색해 보고서 영화가 있다는 걸 알았다. 소설속에선 낭만일수 있지만, 영상화되는 순간 현실의 색이 덧입혀져 단순한 불륜이 될 것 같다. 이야기는 이야기일때만 아름다운 것은 아닐까. 

                                                             * 이 포스트는 팀블로그, 감성미디어 Blue2sky에 게재되었습니다.  
Posted by 홍콩달팽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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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qlcanfl.tistory.com BlogIcon 빛무리~ 2009.10.24 14: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토오루 때문에 너무 가슴아팠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이에 관계없이 사랑은 정말 애절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느꼈지요.. 쉐프님, 잘 보고 갑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 Favicon of https://kumdochef.tistory.com BlogIcon 홍콩달팽맘 2009.10.24 16: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영화는 못봤는데, 책을 읽으면서 나쁜 이야기이지만 왠지 마음으로는 공감이 되더라구요.
      삶이라는 게 모노톤이 아니라 알수 없는 다양함이 숨어 있는 것 같아요.

  2. Favicon of https://middleagemanstory.tistory.com BlogIcon 영웅전쟁 2009.10.24 15: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쁘신 일은 잘 되어가시는지요? ㅎㅎ
    잘 되시길 바라면서...
    잘보고 갑니다.
    멋진 주말이시길 바랍니다...

  3. Favicon of https://lois.tistory.com BlogIcon 로이스 2009.10.24 17: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전에 읽은 책인데...재미있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로 했었는데 어찌될지 모르겠네요.

  4. Favicon of http://blog.naver.com/assdfg2 BlogIcon 태아는 소우주 2009.10.24 20: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이 영화는 못 봤답니다.
    왠지 슬픈 영화일 듯 하네요.
    올리신 야경 사진도 왠지 구슬픈, 느낌이...
    부군께서는 한국에 계시는 군요.
    일 잘 보시고, 멋지게 귀환하시길 빕니다.

  5. 파랑 2009.10.25 10: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책으로는 못읽고 작년 겨울에 집에서 혼자 불꺼놓고 이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나네요........
    그 영화를 보고... 정말 감상적으로 젖어들었었어요.... 저도 책을 한번 읽어볼테니, 홍콩달팽맘께서도 영화 한번 꼭 보시기 바랍니다...꼭이요. 정말 느낌이...ㅠㅠ
    영화가 끝날때 그 잔잔한 강물과 함께 흘러나왔던 OST, <forever mine>은 일본어임에도 불구하고 (가사를 전혀 알아들을수 없지만;;;) 지금가지도 제 mp3속에 들어있답니다.
    정말...들을때마다...가슴이...ㅠㅠ 정말...울립니다..... 그 노래를 들을때마다 도쿄타워 그 영화가 잔잔히 생각나면서.... 감상에 젖어들게 만들어요..

    글 잘 읽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