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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언니의 후한 인심'에 해당되는 글 1

  1. 2009.07.22 초등학교 5학년 쇼핑의 달인에게 한 수 배우다. (46)
또래아이들보다 마냥 어리숙해 보이고, 어려보이는 아들이지만 때로는 어른보다 더 영악하게 일처리를 해서 놀라곤 한다. 얼마전 슈퍼에서 점원과 흥정을 벌이는 아들녀석을 보고 내가 보는 모습이 모든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프로모션을 하고 있었다. 맛있지만, 비싼 가격때문에 특별한 일이 있을때만 사다 먹는 이 아이스크림. 20대 초반정도 앳띠어 보이는 아가씨가 파견사원으로 나와있었다.
 
[프로모션 내용]
475ml (파인트) 1통이 평상시에는 HK$ 53.9
                              오늘 특별가 HK$ 49.9 / 두통사면 HK$ 88
100불이상 구매손님에게는 100ml 작은 사이즈 2개를 덤으로 줌.

반 농담으로 아들녀석에게 "2개만 사고, 덤 얻어와봐."라고 했는데, "그러죠."라고 아들녀석이 달려갔다. 특유의 눈웃음을 날려주면서 일단 호감을 얻고 시작한다. 다행히 파견직원은 영어를 잘했다.
 
직원 : 2개에 88불에 세일하고 있어요. 아주 저렴한 가격이예요.
아들 : (덤으로 주는 아이스크림을 가르키면) 이건 뭐예요? 주는 거예요?
직원 : 100불 이상 구입하시는 손님들께 2개씩 드리고 있어요.
아들 : 큰거 2개 살테니까 이것도 주세요.
직원 : 100불 이상 사야 주는 건데.. 그러면 이걸로 사세요. 이거 (바가 세개 들어있는 세트: HK$ 65)하고, 큰거 한통 사시면 되요. 그러면 덤으로 받을 수 있는 거예요. (조금 생각하다가) 바세트하고, 통 아이스크림 사시면 원래 작은 거 2개 드리는 건데, 하나 더 해서 3개 드릴께요. 이렇게 사가시죠?
아들 : (웃으면서) 큰통 2개 살께요. 덤으로 3개 주세요. 헤헤헤~
 
어이가 없는지, 고민하던 직원이 "OK"사인을 던졌다. 아들은 큰통 2개를 사고, 작은사이즈 3개를 얻었다. 덤으로 주는 아이스크림은 시식하도록 한스푼씩 떠주기도 하니 약간 여유가 있는 것 같았다. 배실배실 눈웃음이 먹힌걸까? 덕분에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세 식구가 하나씩 더 먹었다. 공짜라서 더 맛있는 듯.


아내에게 이야기를 하니, 원래 그런 걸 잘한다고 한다. 아내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아들 녀석은 흥정할때 나름의 원칙이 있단다.
 
눈치 + 뻔뻔하고 대담함 + 실패와 거절에 연연하지 않음
 
눈치 : 억지를 부리거나 흥정을 해서 먹히는 사람, 먹히지 않는 사람을 잘 가려낸다고 한다.
뻔뻔함(혹은 대담함) : 거절당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일단 찔러본단다.
연연하지 않음 : 안되면 포기도 빨라서 바로 꼬리를 내리고 깨끗이 포기하고 잊어버린다.  
 
어리다보니 체면을 따지거나 창피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거침없이 부딪히고, 거절당해도 바로 잊는다. 나와 아내는 잘 깍지 못하고 정가를 그대로 지불하는 편인데, 아들녀석의 이런 재능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어릴때 어린이날도 놀이공원대신 할머니 손을 잡고 이마트와 농협, 육거리 시장까지 전전하더니 협상의 달인이 된 것 같다. 어머니는 마트와 백화점에서도 값을 깎고, 덤을 얻는 쇼핑의 달인이시다. 아마 그 노하우를 전수받은 것 같다.

너무 심하게 흥정하면 깍쟁이 같고, 꼴볼견이지만 적당한 흥정은 인생을 편하게 해주는 것 같다. 억지가 아닌 즐거운 흥정술로 기분좋게 물건을 살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줬으면 좋겠다.  


Posted by 검도쉐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