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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12번째 당선작. 모신문사에서 1억 장편소설 공모전에 당선된 작품이라고 한다. (부럽~) 사전지식없이 우연히 손에 들어와서 읽게 되었는데, 독특하다. 하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 
 


                                                                                                                                                                                                         사진 : Redjar, Creative Commons

저자 서문에 나온 것처럼 캐비넷은 캐비넷일 뿐이다. 하지만 그릇과 공간은 그안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평범한 캐비넷에 관한 이야기라고 극구 주장하는 작가는 온갖 범상치 않은 것들을 가득 담아두었다. 부분 부분 매우 흥미로운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내게는 좀 따라가기 힘든 이야기들이 많았다.

손가락에서 은행나무가 자라는 남자보다, 토포머나 스키퍼같은 보통사람과 다른 특이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흥미롭게 보았다. 미국 드라마 '히어로'에 나오는 능력자들이 떠오르는 독특한 인간들이 등장한다. 중간부분까지는 흥미롭게 읽었는데, 마지막에 갑자기 주인공이 납치되어 고문당하는 부분은 좀 버거웠다. 선량한 눈매를 가지고 조용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말하는 남자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다. 조용조용 친절하게 고문을 하며 사실을 추궁하는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잔상이 계속 남았다. 이미지 시대이기에 왠만한 영화에서 피가 튀고, 폭력이 난무하고 사람들이 나뭇잎처럼 죽어나가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이 소설에서 묘사된 고문장면은 어떤 이질감과 상상력이 더해져 더 끔찍하고 공포스러웠다.
 
소설이라는 것도 시대가 흐르면서 변해간다지만, 어떤 금기는 금기로 남았으면 좋겠다. 점점 더 자극적으로 변해가는 소설과 매스 미디어들을 접하면서 자꾸 멀미를 한다. 신선한 소재와 표현도 좋지만, 가끔은 보고 나서 후회한다. 인간의 상상력은 무한하고, 표현의 욕구가 있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읽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소설을 고른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무엇을 먹느냐, 무엇을 입느냐, 무엇을 보고 읽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만들어 진다. 때로는 허구와 절망속에서 진실과 소중한 가치를 건져내기도 하지만 가능하다면 좋은 것, 긍정적인 것,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다.   
 
뭐.. 작가는 따귀는 맞을 준비가 되어있다고 이미 피할 구멍을 마련해뒀다. 비겁하지만, 현명하다. 자존심이 글에 대한 애정과 함께 굳어지게 마련인데, 그는 자기의 글을 남에게 강요하지는 않았다. 그게 그의 미덕이랄까. 작가후기에서 자기가 먹었던 짜장면 한그릇보다는 독자에게 위로와 재미를 주길 바란다는 소박한 바람의 작가 앞에 악담을 하고 싶진 않다. 재미는 있었다. 

캐비닛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김언수 (문학동네,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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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홍콩달팽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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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ziga-zaga , creative commons

가시고기 신드롬을 일으켰던 조창인 작가의 장편소설. 귀국하는 언니에게 받아서 오랫동안 책장에서 잠재웠던 책인데, 얼마전에 1박2일에서 등대를 보면서 '등대지기'라는 이름에 끌려 집어 들었다. 20대 후반부터 감동적인 이야기는 감정을 쥐어짤 뿐 내용이 구태의연하고 뻔하다라는 선입견이 있어서 잘 읽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감동적인 이야기를 읽으며 눈물 흘린 것도 오랫만이다. 
 
제 시간에 등대불을 밝히는 것을 소명으로 삼고 살아가는 재우
 
이 소설의 무대는 등대원과 갈매기만 살고 있는 외딴 섬 구명도이다. 멈추지 않는 파도소리만 가득한 3천5백평의 작은 섬. 한번 들어가면 3개월동안 고립되어야 하고, 의료와 교육등 기본적인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아 가족들과도 함께 하기 어려운 곳. 가족이 있는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절대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그런 곳에서 자원해서 장기간 머물러온 정소장과 재우. 두 사람은 각각 깊은 아픔을 가지고 있다. 그 상처를 보듬어 안은채 하루하루 등대가 제 역할을 하는 것을 삶의 보람으로 알고 살아간다.
 
하필이면 등대지기라니?
 
작은 고깃배에도 GPS가 붙어 있는 요즘 세상에 등대가 얼마나 효용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아직도 정말 등대불을 보고 방향을 잡는 배가 있나? 설사 있더라고 하더라도 소설속에 나온 행정공무원처럼 굳이 사람을 두지 않아도, 자동점등시설을 사용해서 무인등대로 만들어도 큰 문제가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정소장과 재우에게 등대지기란 단순히 월급을 받는 직장이 아니다. 정말 등대를 마음 깊숙이 사랑하고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등대를 관리한다.
 
비단 등대뿐일까. 세상이 점점 빠르게 변해가면서 일에서 보람을 찾는게 어려워진다. 일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책임감이나 사명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과거 장인들은 혼을 담아 정성어린 물건들을 만들어 냈지만, 기계화되고 대량생산하는 현대에서는 물건은 쓰고 버리는 1회용이 되어 버렸다. 시대에 뒤떨어진 이야기 같지만 효율성을 생각하기 보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목숨을 걸 정도의 장인정신이 그립다. 세상사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 이왕해야 하는 일, 지겨워 하고 마지 못해 하기보다는 능동적으로 즐기면서 하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도 타인을 위해서도 좋지 않은가.
 
가족, 가장 가깝고 가장 먼 사람들   
 
어떤 사람의 행동과 말, 생활양식을 자세히 관찰하면 그 사람의 취향과 성품뿐만 아니라 그 가족환경도 가늠할 수 있다. 인간은 주변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자라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모다. 태어나서부터 자아를 발달시키는 사춘기전까지 백지같은 상태에 첫 그림을 그리는 것이 부모이기 때문이다. SBS 텔레비젼 프로그램중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방송을 보다보면 처음엔 구제불능일 것 같이 버릇없고 난폭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이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환경을 바꿔주고 훈육을 하면 다른 아이가 된 듯 얌전하고 순해진다. 그 가장 처음은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다.
 
재우는 어린시절부터 엄마의 따뜻한 말과 관심을 간절히 바랬지만, 어머니는 무관심하고 차갑게 대하기만 했다. 모든 걸 장남인 형에게 양보해야 했고, 스케이트를 몰래 탔다는 이유로 형이 스케이트 날로 머리를 내리쳤을 때조차 형의 편을 들어주었다. 시인이 되고 싶었던 그가 국문과에 합격했을때 입학금조차 내주지 않았고, 사랑하는 여자조차 포기하도록 강요받았다. 재우의 모든 욕망과 욕구는 엄마와 형때문에 좌절되었고, 결국 폭발해서 집을 나가게 된다. 그렇게 방황하던 때 우연히 등대원 모집공고를 보고 구명도로 들어왔다. 어머니가 재우의 마음을 읽을 여유가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따뜻하게 손을 잡고, 솔직히 마음을 털어놓아 이해를 시켜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마음을 돌처럼 굳혀버리고, 삶의 고단함에 눌려버린 어머니의 속마음
 
재우가 증오하고 원망하던 어머니에게도 나름의 이유와 변명이 있지만, 어머니는 그말을 늘 삼켜버렸다. 남편의 죽음이 어머니의 삶에서 여유를 다 빼았아 갔다. 젊은 나이에 청상과부가 된 슬픔, 사업의 실패를 이겨내지 못하고 허무하게 자살을 선택한 남편에 대한 원망, 세 아이에 대한 책임감, 아버지 없는 후레자식이라는 말을 듣게 하고 싶지 않았던 자존심,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현실의 문제 등이 복합해서 닥쳐왔을때 더 이상 상처받지 않도록 어머니의 마음이 돌처럼 굳어버렸다. 속에는 자식에 대한 사랑과 걱정뿐이었지만 그걸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특히 뱃속에서 아버지를 잃어 아버지를 한번도 보지 못했지만 아버지를 닮은 둘째 아들은 동정심과 미움이 함께 했을 것이다. 아버지를 따라 죽고 싶었어도 뱃속에 있는 아이때문에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자라면서 착하고, 심성이 모질지 못한 아들을 보면서 아버지처럼 약해져서 자살하거나 쓰러질까봐 일부러 더 강하게 키웠다. 그게 아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니에 대한 원망의 벽이 컸지만, 어느 순간 그 원망의 높이만큼 애정이 되돌아왔다. 증오와 미움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걸 알아버리고 조금 행복하고 안정을 되찾을 무렵 찾아온 비극으로 결말을 맺는다.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속물적인 나는 끝부분이 내내 아쉽다. 부모를 모른척하고, 말을 그럴 듯하게 하면서 경제적인 풍요와 혜택을 누린 형은 어려움없이 살고, 어렵게 힘들게 아프게 살아온 재우는 가슴아프게 어머니를 묻고, 자신의 두 다리를 잃어야 하는지. 세상은 정말 공평한 것일까.

나의 그 질문에 답하듯 이야기의 첫부분에 재우는 담담하게 삶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한다.

 " 우리네 삶이란 어느 길을 가려 걷든 뭐 그리 유별날까. 어떠한 삶이든 기쁨과 애달픔과 안타까움과 간절함 따위가 뒤섞인 채로 존재하리라. 때로는 넘어져 무릎이 깨지기도 하고, 때론 골짜기를 빠져나가는 계곡의 물처럼 거침없이 흘러가기도 하는 것이 바로 인생일 테지. 또 삶이란 어떻게 살아가야겠다는 각오와 맹세에서 얼마나 자주, 얼마나 멀리 비켜나는가. 그러면서 결국 어찌어찌 살아지는 것이 아닐까. "

등대지기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조창인 (밝은세상,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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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홍콩달팽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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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leebok.tistory.com BlogIcon 빨간來福 2009.12.10 02: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가시고기와 등대지기를 읽고는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김정현씨의 아버지와 김하인의 국화꽃 향기도 그렇구요. 모두 가족이란 부모란 어떤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것 같아요.

    바쁨모드가 조금 풀리셨나요? ㅎㅎ

    • Favicon of https://kumdochef.tistory.com BlogIcon 홍콩달팽맘 2009.12.10 03: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프로젝트는 그대로인데, 좀 익숙해져서 낫네요. 한동안 11시가 다 되서 퇴근을 했는데 요즘은 그래도 8시엔 퇴근합니다. ㅋㅋㅋ
      당일치기 중국출장이 잦아서 책볼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기차나 배에서 책을 보니 독서량이 늘어서 좋네요.
      일본에서 친구가 와서 너무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냈습니다. 내일도 친구와 함께 쇼핑을 갈 생각에 들떠 있습니다.

  2. Favicon of https://jongamk.tistory.com BlogIcon 핑구야 날자 2009.12.10 08: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등대지기의 애환에 대해 듣고 너무 우울했답니다. 열심히 투덜대지 마로 일해야지...ㅜㅜ

  3. Favicon of http://johnlee.tistory.com/ BlogIcon John Lee 2010.01.23 03: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가시고기랑 국화꽃향기 읽고 눈물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등대지기도 읽어야 했었는데
    기회를 놓쳤네요 ㅎ
    아무래도 칭구테 보내달라고 해야 할까봐요 ㅋ

그녀의 소설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고립되고 외로운 영혼들이다. '도쿄타워'는 고등학교 동창인 20대 초반의 토오루와 코우지의 사랑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다. 두 사람은 연상의 여인을 사랑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전개해간다. 이 소설은 냉정하게 말하면 '불륜'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불륜에 거부감이 있는 분이라면 여기서 멈추길 바란다.
 
외로운 도시에 사랑을 갈구하다  
 
시골에서 태어나서 자라다가 학업 혹은 직업을 위해 도시로 나온 어른들은 도시는 삭막하고 외로우며, 자연이 좋고 인정 많은 시골이 좋다는 시골예찬을 하곤 한다. 도시에서 태어나서 자란 나는 북적북적하고 흥미로운 일이 많고, 편리한 도시가 좋다. 자연과 시골이 그립기도 하지만 그건 잠시 휴가를 떠날 때의 이야기다. 거기서 터를 잡고 살라고 한다면, 글쎄..
 
시골에서의 삶에 비해 도시에서의 삶은 다양하다. 시골에서 자연을 벗삼아 생계를 이어나가는 일이 비교적 제한되어 있다면, 도시에선 별의별 직업이 다 있다. 그 직업의 다양함 만큼 삶도 다양하다. 토오루처럼 남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타인과의 교류를 거의 하지 않고도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코우지처럼 양다리에, 학교생활과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활동을 다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다양함 속에 그들의 은밀한 사랑이 숨어 있다. 행동반경이 좁고, 옆집 수저가 몇개 있는지까지 알 수 있는 시골에서라면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사랑이야기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사는 대도시 도쿄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온기를 느끼기가 힘들다.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여전히 외롭다. 외로워서 함께 살아갈 누군가를 찾아서 자신의 마음을 허락한다.    
 
대부분의 큰 도시들은 도시를 상징하는 탑들이 있다. 도쿄에 도쿄타워가 있다면, 서울엔 남산타워가 있고, 상해에는 동방명주가 있고, 파리에는 에펠타워가 있다. 하늘을 향해 안간힘을 다해 당당하게 서있는 그 건물들은 화려한 조명속에서 아름답지만 외롭다. 도쿄사람들은 도쿄타워를 닮았다. 그래서 토오루는 그렇게 도쿄타워를 좋아했던걸까.

Creative Commons : tarop / flickr

토오루, 한 여자에서만 존재가치를 찾는 남자   
 
토오루는 자라면서 자기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지 못했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아버지의 부재, 그리고 커리어를 위해 바쁜 어머니의 부재. 형제도 없다. 그는 '꼭 필요한 것외에는 놓여있지 않은' 깔끔하게 정리된 집안에서 유리창에 지문을 남기지 말 것을 강요받고 자랐다. 자라면서 유리창에 가까이 서서도 좋아하는 도쿄타워를 바라보면서 지문을 남기지 않고, 그 사이에 적당량의 공기를 남겨두는 법을 터득했다. 그는 별히 좋아하는 것도, 특별히 싫어하는 것도 없이 흥분하지도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는 존재감이 희박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런 무채색 그의 인생에 색을 칠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있었으니, 엄마의 친구이자 연인인 시후미다. 그녀는 또 다른 무채색 인생을 산다. 부유하고, 아이가 없는 부부. 사업을 잘 해나가고 있고, 사교계에서도 나름 잘 해나가고 있는 성공한 부부다. 그녀에게 결혼은 사랑으로 인한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녀의 결혼은 경제적 여유와 사회적 지위를 보장해주는 하나의 비지니스였다. 그녀의 삶에는 절박함과 현실의 무게가 빠져있다. 예술과 미(美)를 사랑하지만, 지나치게 탐닉하지는 않고 즐긴다. 

어떤 상황에서든 의연하게 처신하고 흐트러지지 않는다. 비가 퍼붓는 날에도 그녀의 옷은 '막 건조하듯'  뽀송뽀송하다. 그녀는 자신의 삶이 궤도를 벗어나는 걸 원치 않는다. 돌발행동을 하지 않고, 시간과 장소등 늘 미리 계획을 세워 움직인다. 그녀는 토오루를 사랑하지만, 그것에 모든 걸 걸지는 않는다. 그녀의 침실은 간접조명만 사용하고 있다. 자신의 결점까지 다 드러내지 않고 적당히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익숙하다. 그녀는 토오루와의 사랑이 현실의 옷을 입고도 아름답게 유지되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다. 
 
토오루에게 시후미는 '세상' 전부이다. 그의 마음속에 부재했던 '어머니'의 모습이며, 외로움을 잊게 해주는 '연인'이다. 그는 그녀를 통해서 세상을 본다. 그녀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그녀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 하루종일 텅 빈집안에서 무기력하게 그녀의 전화를 기다린다. 그녀는 그렇게 그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어느날, 그는 그녀를 빼앗고 그녀와 함께 살아갈 것을 결심한다. 그 결심은 그에게 목표를 만들어주고, 친어머니에게서 독립할 계기가 된다. 시후미의 존재안에서 토오루는 성장해간다.    
 
코우지, 고독한 만인의 연인  
 
연상의 연인과의 은밀한 밀애를 제외하면 그는 지극히 정상적인 젊은이다. 학교를 다니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귀여운 애인과 새벽 테니스를 치며 데이트를 즐기는 부지런한 청년이다. 상황상황에서의 대처능력과 활동능력을 갖추었다. 
 
토오루는 많은 여자를 만났고, 14살 연상의 키미코와 열정적인 육체관계를 맺고 싹싹하고 귀여운 아가씨 유리와 데이트를 하며 양다리를 걸친다. 여러 여자와 사랑에 빠진 듯하지만 사실 그는 누구도 사랑한 적이 없다. 사랑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마음을 다 내어주는 법을 그는 모른다. 그는 사랑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버리는 것은 내쪽이다'고 되뇌인다. 사귀는 상대에게 감미로운 고백을 하고, 시간과 정성을 들이지만 정작 상대의 행복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눈빛과 마음을 읽지 못하고  제대로 대화를 나누는 법을 모른다. 그래서 여러 여자들을 거치면서도 그는 외롭고 쉬어갈 곳이 없다.    
 
나름 잘 굴러가는 것 같던 그의 삶이 대학 졸업을 얼마 앞둔 시점에서 어긋나고 만다. 처음 사귀었던 연상의 여자, 아츠코의 딸로 자신의 고등학교 동창인 요시다가 나타나면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결국 그는 키미코와 유리에게 모두 버림받고, 아츠코에게도 오해와 상처를 줄 것은 염려하는 상황에 처하고 만다.
 
여자는 나이에 상관없이 사랑받고 싶어한다. 그런데 결혼후 일정시간이 흘러 부부가 각자의 생활이 바빠지고 상대방을 공기처럼 당연한 존재로 여기고 소홀하게 되면 마음 한부분에 약한 연결고리가 생긴다. 코우지는 그 부분을 잘 잡아내서 상대방의 마음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전혀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런 만남은 한순간의 불장난으로 끝나고 서로에게 상처뿐인 처참한 결말을 가져온다. 자신의 마음을 내어주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 토오루는 언제 돌아서도 심리적 부담이 없는 유부녀를 선택한다. 단, 혹시 모를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아이가 있는 여자는 건드리지 않는다라는 나름의 신조를 가지고 말이다. 그러나 그는 키미코와의 이별은 통해서 깨닫는다. 쿨하게 먼저 버리고 떠나는 사람 자신도 결국은 상처받는다는 걸 말이다. 그의 연애는 자학하듯 자신의 마음을 온통 상처투성이로 만들어 버렸다.

그 둘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아직 20대 초반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그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그들의 30대는, 그리고 40대는 어떤 모습으로 나이들어갈까? 속편이 나오지는 않을까. 이 글을 쓰면서 이미지를 위해서 검색해 보고서 영화가 있다는 걸 알았다. 소설속에선 낭만일수 있지만, 영상화되는 순간 현실의 색이 덧입혀져 단순한 불륜이 될 것 같다. 이야기는 이야기일때만 아름다운 것은 아닐까. 

                                                             * 이 포스트는 팀블로그, 감성미디어 Blue2sky에 게재되었습니다.  
Posted by 홍콩달팽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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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qlcanfl.tistory.com BlogIcon 빛무리~ 2009.10.24 14: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토오루 때문에 너무 가슴아팠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이에 관계없이 사랑은 정말 애절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느꼈지요.. 쉐프님, 잘 보고 갑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 Favicon of https://kumdochef.tistory.com BlogIcon 홍콩달팽맘 2009.10.24 16: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영화는 못봤는데, 책을 읽으면서 나쁜 이야기이지만 왠지 마음으로는 공감이 되더라구요.
      삶이라는 게 모노톤이 아니라 알수 없는 다양함이 숨어 있는 것 같아요.

  2. Favicon of https://middleagemanstory.tistory.com BlogIcon 영웅전쟁 2009.10.24 15: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쁘신 일은 잘 되어가시는지요? ㅎㅎ
    잘 되시길 바라면서...
    잘보고 갑니다.
    멋진 주말이시길 바랍니다...

  3. Favicon of https://lois.tistory.com BlogIcon 로이스 2009.10.24 17: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전에 읽은 책인데...재미있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로 했었는데 어찌될지 모르겠네요.

  4. Favicon of http://blog.naver.com/assdfg2 BlogIcon 태아는 소우주 2009.10.24 20: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이 영화는 못 봤답니다.
    왠지 슬픈 영화일 듯 하네요.
    올리신 야경 사진도 왠지 구슬픈, 느낌이...
    부군께서는 한국에 계시는 군요.
    일 잘 보시고, 멋지게 귀환하시길 빕니다.

  5. 파랑 2009.10.25 10: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책으로는 못읽고 작년 겨울에 집에서 혼자 불꺼놓고 이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나네요........
    그 영화를 보고... 정말 감상적으로 젖어들었었어요.... 저도 책을 한번 읽어볼테니, 홍콩달팽맘께서도 영화 한번 꼭 보시기 바랍니다...꼭이요. 정말 느낌이...ㅠㅠ
    영화가 끝날때 그 잔잔한 강물과 함께 흘러나왔던 OST, <forever mine>은 일본어임에도 불구하고 (가사를 전혀 알아들을수 없지만;;;) 지금가지도 제 mp3속에 들어있답니다.
    정말...들을때마다...가슴이...ㅠㅠ 정말...울립니다..... 그 노래를 들을때마다 도쿄타워 그 영화가 잔잔히 생각나면서.... 감상에 젖어들게 만들어요..

    글 잘 읽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