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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의 최후'에 해당되는 글 1

  1. 2009.11.11 시대를 잘못 만난 영웅, 미실의 최후 그리고 이후엔? (9)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미실의 시대가 이제 끝났다. 모든 것을 다 가지고도 황후(나중엔 왕)가 되기 위해 모든 걸 걸었던 그녀는 패배를 인정하고 그 어떤 왕이나 황후 못지 않게 위엄있고 장렬한 최후를 맞이했다.


                                                                          "본 이미지의 저작권은 ㈜아이엠비씨에게 있고, 출처는 http://www.imbc.com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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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지만 배울점이 많은 뛰어난 인물
통상적으로 사극은 적과 아군을 명확히 나눈다. 시점에 따라 아군은 '선'이요, 적군은 '악'이라는 단순한 논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역사는 살아남은 자들을 위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적들은 보통 어떤 한부분이 현저하게 부족하다. 도덕성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던지, 포악하고, 사리사욕을 채우거나, 어리석다. 하지만 미실은 (주인공의) 적이면서도 똑똑하고, 아름답고, 용기도 있는 우월한 존재로 묘사된다. 통찰력이 뛰어나고, 대범하게 행동하며, 자신의 사람을 가지고 있었다. 공포정치를 펼치고, 누구나 두려워하는 대상인 동시에 또한 믿을 수 있는 존재로 사람들위에 군림했다.

권력 자체보다는 그 상징성을 추구했던 이상주의자  
미실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순수하게 사랑했던 유일한 남자 사다함을 잃고 난 이후 그녀는 사다함을 사랑하듯 신라를 사랑했고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갖고 싶어했다. 사다함의 몸과 마음을 모두 가졌으나, 사다함의 여자가 될 수 없었고 신라의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관리했으나 신라의 주인이 되지 못했다. 

내 것이 아닌 것은 더욱 매력적인 법. 그녀가 남편과 정부를 두고도 첫사랑 사다함을 평생 그리듯 신라의 주인이 되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사리사욕을 챙기기보다는 대의를 저버리지 않고, 공명정대하게 그리고 신라를 번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마음때문에 미실은 왕이 되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한다. 미실이 권력만을 추구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미실이 더 유리한 싸움이었다. 하지만 미실은 자신이 벌인 내전으로 인해 신라 국경이 허물어지는 것을 보지 못하는 이상주의자였다. 

항복을 하면 살려주고 중용하겠다는 덕만의 제안에 미실의 답변은 너무나 절절했다. 

"(신라의 국경은 다) 이 미실의 피가 뿌려진 곳이야. 이 미실의 사랑하는 전우와 낭도들과 병사들을 시신도 수습하지 못하고 묻은 곳이야. 그게 신라다. 진흥대제와 내가 이루어낸 신국의 국경이다. 신라의 주인.. 니가 뭘 알아? 사다함을 연모했던 마음으로 신국을 연모했다. 연모하기에 갖고 싶었을 뿐이야. 합종이라 했느냐. 연합? 덕만, 너는 연모를 나눌 수 있더냐?"    

외면당하고 버림받는 처참한 최후가 아닌 스스로 선택해 자존심을 지킨 의연한 죽음
미실은 사람을 얻는자가 시대의 주인이 되고, 세상을 지배한다는 걸 배웠다. 성골이란 혈통이 없는 그녀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자신의 세를 확장하기 위해 늘 인재에 목말라했다. 자신이 원하는 사람은 협박과 회유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주는 현명함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최후는 외롭지 않았다. 자신의 유언을 목숨걸고 지켜줄 믿을만한 설원공이 있었고, 수세에 몰린 미실을 지원하기 위해 달려온 귀족들이 있었다. 미실은 자신의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신라를 위기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피곤했던 긴 여생을 스스로 끊는다. 그리고 흐트러지지 않은채 앉아서 숨을 거두고 덕만을 맞는다.       


여걸 미실의 죽음은 여러모로 깔끔했다. 국경을 지키는 거대 군사가 자신을 돕기 위해 달려왔는데 백제가 움직이자 바로 돌려보냈다. 자신의 소유욕 때문에 사랑하는 신라가 백제에게 넘어가는 것을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해서 신라를 지켜왔고, 사랑했다는 것이 미실의 마지막 자존심이었기에 미실은 모든 것을 끝낼 결심을 한다. 설원공과 비담과의 마지막 대화는 보는 내내 가슴이 아렸다. 처음으로 미실의 흐트러진 모습이 살짝 비친다.

설원공에게 울음섞인 "미안하다"는 한마디. 자신에게 모든 것을 바친 남자에게 자신과 같이 죽지도 못하게 하고 힘든 현실을 다 떠넘기고 가는 미안함. 비담에게는 "이 미실에게 그런 건 없다. 미안한 것도 없고, 어머니라고 부를 필요도 없다. 그리고 사랑? 사랑이란 아낌없이 빼았는 것이다. 그게 사랑이야. 덕만을 사랑하거든 그리해야 한다. 연모, 대의, 그리고 이 신라. 어느 것 하나 나눌 수가 없는 것들이야. 유신과도 춘추와도 그 누구와도 말이야. 알겠느냐?"라며 사실은 아들에 대한 걱정을 표현한다.   

어차피 자신에게는 더 이상 승산이 없다는 걸 깨달은 미실은 미련없는 현실세상을 떠난다. 화랑시절에 부르던 노래가사를 설원공과 주고 받는 장면은 세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자신을 다 비워내려는 듯 했습니다.

"싸울 수 있는 날엔 싸우면 되고, 싸울 수 없는 날엔 지키면 되고, 지킬 수 없는 날엔 항복하면 되고, 항복할 수 없는 날엔... 항복할 수 없는 날엔 그 날 죽으면 그만이네... 오늘이 그날입니다."

하지만 미실은 미실이다. 미실은 포기하지 않기에 미실이다. 
미실은 미련없이 세상을 등지고, 사다함에게로 간다. 그리고 그녀의 지금까지의 역할은 마지막 임종을 지킨 자신을 너무나 닮은 아들에게로 이어진다. 미실이 설원공에게 남긴 마지막 명령은 아마도 비담을 왕으로 만들어라가 아닐까 한다. 명연기로 나의 월요일과 화요일을 사로잡았던 미실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이 아쉽지만, 그녀의 통찰력과 계획이 그녀가 죽은 후에도 어떻게 펼져질지 기대된다.
Posted by 홍콩달팽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