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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맘의 <초등학생키우기>입니다.

엄마송을 들었을때 온 몸에 전율이 일었다. 당당한 풍채의 중년여성이 빠른 리듬에 맞춰 속사포처럼 불러대는 이 노래를 들으니 재미는 있는데, 기가 질렸다. 그러다가 내가 아이에게 하는 잔소리랑 너무 비슷해서 깜짝 놀라고.. 처음엔 웃고 남겼지만, 뒷맛이 썼다. 나는 아이에게 잔소리쟁이 엄마로 각인되어 있는 건 아닌지 반성을 하면서 '잔소리'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동, 서양을 막론하고 엄마는 잔소리쟁이구나.
 
노란 머리의 서양사람들 하면, 우리랑 문화가 달라서 부모는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여 화를 자제하고, 대화로 해결하려고 노력한다는 선입견과 약간의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무조건 서양문화가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홍콩에서 살면서 아이들 키우는 걸 옆에서 보면 나보다 여유있게 아이들을 대하고, 배울 부분이 많았던 건 건 사실이다. 그런데 이 동양상을 보니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하고 안심이 되었다.
 
특히 "너 그렇게 행동하면, 네 아이포드 내가 뺐을거야."라는 부분이랑 "니 친구들이 다 절벽에서 뛰어내린다고 너도 뛰어내릴거야?"라는 부분에서 빵 터졌다. 저렇게 유치한 멘트를 나만 날리는 게 아니었군.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
 
매일 반복되는 잔소리 
 
나는 하루종일 아이에게 "~해라","~하지 마라"를 얼마나 하고 있는 걸까? 

노래가사에서 나오는 것처럼, 아침은 언제나 "일어나!"로 시작된다. 그 후로 언제나 같은 레파토리.
밥먹어! 소리내지 말고 먹어야지! 흘리지 말고! 바른 자세로 앉아서 먹어! 세수해! 양치해! 옷갈아입어! 서둘러! 교통카드 챙겨야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싸우지 말고! 지하철에서는 뛰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주지 말고!  
 
아이의 귀에는 내가 하는 잔소리가 제대로 들어가고 있는 걸까? 그저 '이크, 엄마가 목소리를 높였다. 화 났나보다. ' 하는 상황만 인식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예전에 <엘리 맥빌>같은 코믹 드라마를 보면, 상사가 자신을 야단칠때 그 상사가 뭐라고 하는지는 하나도 안듣고 머리속으로 다른 생각만 하는 장면이 생각났다. 이 녀석도 내가 잔소리할때 내 입을 나팔처럼 크게 늘린다던지, 얼굴을 손으로 눌러서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상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_-;;
  
                                                                   엄마가 나를 잔소리할 때 나는 귀머거리, 장님이 된다. ㅋㅋ
                                                                
 누구를, 무엇을 위한 잔소리인가?
 
잔소리는 사랑보다는 대상에 대한 기대감과 책임감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집밖에서 전혀 모르는 아이들의 행동은 눈에 거슬려도 대부분 그냥 지나친다. 나의 에너지와 시간을 쏟아부으며 잔소리를 해야할 대상이 아닌 것이다. 엄마의 머리안에는 내 아이는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이상적인 아이의 이미지를 만들어 두고, 거기서 벗어나면 반사적으로 "안돼. 이렇게 해야지."라고 잔소리가 튀어나온다. 훈육은 자녀교육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잔소리는 정말 아이의 발전을 위해서라기보다, 부모를 위한 경우가 더 많다.
 
맞벌이로, 외아들을, 외국에서 키우는 엄마로서 나의 잔소리를 되돌아보니 나의 고민과 컴플렉스가 많이 투영되어 있었다. 아침엔 아이 학교 보내고, 출근해야 하니 내 마음이 급해서 아이를 달달 볶고, 외아들이다 보니 응석을 부리거나 다른 아이들과 조금만 갈등이 생기면 그냥 두고 스스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엄마가 나서서 화해시키고, 외국에서 살다보니 한국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면 '한국사람'이 그러는게 아니라고 훈계하고..
 
잔소리는 꼭 필요한 경우보다 성급한 부모의 자기만족이 아닐까.
 
아이를 좀 더 믿어보자. 그냥 둬도 지금 하는 잔소리들은 스스로 깨닫게 된다. 아님 할 수 없고. 자식이 20살 되고, 30살 되도 잔소리하고 끼고 살 수는 없잖은가. 내가 잔소리를 안한다고, 설마 25살이 되어도 세수 안하고 출근하고, 밥 먹을때 흘리겠냐구. 돌이켜 보면 나도 엄마랑 살때는 자명종 3개씩 맞추고 자도 끄고 또 잤는데, 내가 엄마가 되니 지금은 핸드폰 알람 하나로 깨어나잖아. 내가 하는 잔소리중에 아이가 정말 모르는 게 있던가.  단지 스스로 절실하게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을 뿐.
 
내가 원하는 것이 아이가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지, 아이에게 잔소리하면서 내 스트레스 풀고, 아이를 괴롭히려는 목적은 아니잖아. 잔소리를 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 혹은 잔소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잇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차선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
 
아침에 잔소리를 없애보니..
 
실험삼아 아침에 깨우기만 하고, 그 후로는 "7시10분이네. 20분 안에는 집에서 나가야 겠다."등 표현을 바꿔보았다.  "~해라"체 대신 사실을 전달해주면서, 스스로 행동하게 해본 것이다. 아이가 집을 나선 시간은 결국 다른 날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어려웠던 점은 아이의 느긋한 행동을 보면서 안달나하는 내 마음을 다스리고,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었다. 아이에게는 아이의 행동패턴과 시간이 따로 존재한다. 상황에 따라서 조절을 해줘야 하긴 하지만, 언제나 엄마가 아이를 끌고 다닐 수는 없다. 답답하긴 하지만, 스스로 시간을 관리하고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도록 내버려둬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 같다.
 

잔소리쟁이 엄마는 이제 졸업하고 싶다. 아들아, 엄마도 노력할테니 너도 엄마를 도와다오.
Posted by 검도쉐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blog.daum.net/hunihwani BlogIcon hunihwani 2009.04.30 20: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젠가 아들만 둘을 키우는 언니가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같이 크는거 같아"

    달팽맘님께 화이팅!을 보냅니다 ^^


    근데.....동영상 내용이 너무 궁금하건만,,,,오늘따라 인터넷이 도움을 안주네요 흑흑.

  2. Favicon of https://keymom.tistory.com BlogIcon 키덜트맘 2009.04.30 23: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어가사는 동영상 자막으로도 나오니깐 해석을 해주시지는~
    영어만 보면 울렁증이-_-;;
    멀미납니다ㅋㅋㅋ

  3. Favicon of https://pinkwink.kr BlogIcon PinkWink 2009.05.01 04: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제가 좋아하는 작가인 시오노 나나미가 그러더군요...
    위대한 남자는 생각보다 마마보이가 많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위대한 남자의 어머니들은 생각보다 소위 치맛바람이 상당히 드셌다고 하더군요...

    그 유명한 알렉산더는 보다못한 부하장수들이 어머니를 멀리하라는 상소를 읽고난후..
    "그들은 모른다... 어머니의 눈물 한방울이 내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을...." 이라고 했다던데...ㅋㅋㅋ

    여하튼...
    정말 잔소리라는 느낌의 야단보다는...
    교육받는다는 느낌의 평가가 더욱 필요할 지도...

    그러는 전...뭐... 애는 고사하고 결혼도 안했으니
    이러나저러나... 뭐 느낌은....^^

  4. Favicon of https://derji.tistory.com BlogIcon 햇살져니 2009.05.02 00: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대박입니다이거!!!!!!!
    추천을 10개쯤 누르고 싶습니다만...안타깝네요
    후훗
    근데 진짜 재밌는데 좀 씁쓸하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