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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가족이 만난 사람들] 홍콩한인회 잡지 교민소식에 연재했던 인터뷰 기사입니다.

센트럴 역에서 갤러리를 찾아 헤맸다.
중경산림 때문에 익숙해진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에서 가깝단다.
친절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길치인 나에게는 조금 어려웠던 길, 어둑어둑해진 골목에 들어섰는데 오렌지색에 가까운 명랑한 노란색 간판이 반갑게 눈에 띈다. 전반적으로 흰색의 깔끔한 인테리어, 다양한 느낌의 그림과 조각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 갤러리를 닮은 신성원 관장.
짧은 인터뷰로도 풍부한 감성과 인간과 예술에 대한 애정을 담뿍 느낄 수 있었다.





갤러리 소개...
저희 신화갤러리는 참신한 재능을 가진 역량있는 젊은 작가들을 발굴, 지원하고, 예술을 좋아하시는 분들과 함께 즐기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실력이 있는 아시아의 숨은 작가들의 회화와 조각을 위주로 소개하는 갤러리를 만들고자 합니다.


갤러리를 열기까지...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어요.  호기심이 많아서 질문도 많은 아이였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들이 자연에 대한 질문, 현상에 대한 질문, 관계에 대한 질문이었어요.  세상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는지.

그 질문 꾸러기가 자라 대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이런 호기심을 취급하는 학문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인간이 어떻게 자연과 사물, 감정, 관계 등을 이해하고 또 소화하는지, 나아가 어떻게 나름대로 자신의 의견을 만들어내고 타인과 소통하는지의 과정을 연구하는 인지언어학 말이에요.  그러던 중 4학년 말에 홍콩에 직장이 잡히고, 인지언어학 공부를 계속 해볼까 아니면 이 관심을 취미로 무마(!)하고 새로운 세상을 경험해볼까 하다가 결국엔 홍콩에 일하러 오게 되었지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그 호기심은 여전했어요.  소통의 문제를 고민하던 제가 동서양이 만나는 홍콩에 살게 되었으니 물을 만난 것이죠. 일하면서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니고 또 여행도 다니고 하다가, 전통적 의미에서의 언어를 초월하는 다른 형태의 의사소통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구요.  먹는 것이랑 그림은 늘 좋아했었으니 어느 나라에 가든 식당이랑 갤러리 구경 다니기 바빴어요.  그렇게 호기심이 자라 삶의 한 부분이 되고 또 열정이 되었어요.

사실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 열망이에요.  뚝딱뚝딱 만드는 과정에는 창작자의 의도와 혼이 들어가고, 누군가에게 보여진 작품은 소통의 매개가 되는 것이구요.  창작자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그의 언어를 읽는 것과도 같아요.

갤러리는 이런 제 열정을 좀더 적극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준비했어요.  독특하고 뛰어난 언어를 가진 작가들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면, 실력있는 화가들에게는 기회가 되고, 미술애호가들에게는 숨겨진 보석을 알려주는 것이며, 저에게는 꿈을 펼치는 비즈니스 모델이 되니, 모두에게 win- win이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죠.


첫 전시회와 작가들...

일 년의 반을 화가들과 보냈어요.  작가들의 작품을 보는 것 뿐 아니라 그들의 생각과 신념을 읽기 위해 시간을 들이는 게 필요했죠.
인생관, 예술관을 들어보고 절박하게 예술을 하는 사람인지, 또 혼을 들여 작품을 할 사람인지 옥석을 구별하는 작업에 공을 들였어요.  최근 중국에서도 예술품에 투자하는 붐이 일어 작가들의 활동은 눈에 띄게 늘어났지만, 실제로 치열하게 고민하는 작가들이 생각보다 적었거든요.

그렇게 공을 들인 첫 전시회가 작년 11월이었네요.  사천미술학원의 '왕린' 교수님의 기획으로 12명의 화가를 소개하는 그룹전으로 <이양다양(異樣多樣)> 이라는 테마였죠.  왕린 큐레이터와 하는 작업이라 더욱 많은 주목을 받았지요.

시안의 산골마을을 다니면서 프로젝트 작업을 해 온 HU Liu는 연필을 이용해 수묵화같은 느낌이 나도록 그리는데, 아주 독창적인 스타일의 작가죠.  극히 일상적인 소재와 주제로 비일상적인 이미지를 그려내요.  그녀의 설치작업도 무척 감동적인데, 앞으로 보여드릴 생각을 하면 벌써 가슴이 뛰지요.  

ZHANG Yi는 유화바탕에 매직으로 산수화를 그렸는데, 그렇게 디테일을 표현할 수 있다니 대단한 기교와 센스가 넘치는 화가에요.

LIU Yu Jie는 문화혁명때 전통 창극을 금지하고 선전극만 허용하던 시기를 그리고 있어요.  선동과 맹종, 또 무서운 정치와 비애로 점철되었던 그 때의 모습들이 그녀의 손에 의해 유머러스하게 기록되는 거죠.  

PENG Jian Zhong 은 10대에 겪은 혼란을 극복하고 자기 자신과의 화해를 시도하기 위해서 그림을 그려요.  약간 어두운 느낌이 나기도 하는데, 색감이라든지 붓을 쓰는 기교를 보면, 참으로 뛰어난 작가예요.  그의 그림은 대중에게 보다는 매니아층에 어필하는 독특한 감성을 가지고 있어요.

YOU Jin는 물질 만연주의에 빠진 현시대의 모습을 원색을 써서 발랄한 색감으로 표현해요.
너무 많은 물질이 기분나쁠 정도로 뭉쳐져 있으면서 충돌한 모양은 실제 사진이라고 하면 충격적일 수 있지만, 밝은 색감으로 완화되며 깊이를 넘나 들어요.  비판이 담긴 그림이지만, 미움에서 나온 비판이 아니라 사랑에서 나온 비판이라고 하면 맞겠네요.

제가 이렇게 설명을 드리지만서도, 사실 그림은 말로 설명해내는 것보다 실제로 보고 느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해요.  직관으로 보는 그림을 글로 풀어내면 진부해지니까요.

신이 창조한 자연과 인간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예술작품이고, 인간은 경험과 자연 관찰을 통해서 그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모방해서 예술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해요.  범인들이 아차, 하고 놓치는 순간과 감정들을 타고난 직감과 통찰력을 통해 그림이나 글, 조각등 다양한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거죠.  많은 말이나 글보다, 보는 한순간 더 많은 걸 쏟아내주는 작품들을 만나면 감동과 함께 그 예술가에게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세상의 아름다움과 진리를 엿보도록 도와주잖아요.



이양다양의 한 작가, 양타오와 개인전...
양타오는 첫 전시회를 열었던 12명의 작가중에 한사람으로 살집이 좀 있는 인체를 소재로 삼고 있는 사람인데요, 푸근한 인체를 아주 사랑하는 조각가에요.  도원결의 삼형제의 유비, 관우, 장비가 둥글둥글 모여있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작품이지요.  
최근엔 산시성 진시황릉의 병마용을 소재로 작업하고 있어요.  3월 홍콩 아트워크 때에는 양타오의 개인전을 보실 수 있으세요.
양타오의 작품들은 제 남편이 좋아하더군요. 자기를 닮았다나요. (웃음)


자폐아들이 그린
아름다운 세상

힙홍 갤러리 한쪽면에 라는 타이틀을 전시하고 있는데 자폐아들이 그린 그림이에요.

언어와 소통의 문제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시작하게 된 전시에요.
제가 프랑스에서 연수하던 초기 시절 소통하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겪었고, 참된 나와는 상관없이 내가 구사하는 세 살짜리의 언어가 나를 세 살로 인식되게 만들면서 어지간히 속이 썩었죠.
그 상황이 몇 달째 계속되자,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소통하지 못하는 건 그 사람의 잘못만은 아닌데, 다른 사람과 다른 사고체계를 가지고 다르게 표현한다는 것만으로 소외되고, 불이익을 겪는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은 얼마나 답답할까하는.  
그래서 소통의 문제를 가진 어린 아이들에게 그 마음을 그림으로 풀어낼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림으로 마음을 여는 자폐아의 비율이 그리 높지는 않은 걸로 알고 있지만, 그런 기회가 많이 있어야 그런 친구들이 포착될 수 있는 거니까요.    

어린이들을 돕는 비영리 사립단체인 '스마일(www.smile-foundation.org)'과 공동기획으로,  장애아동을 위한 비영리 사립단체 '힙홍(http:// www.heephong.org)'의 아이들과 함께 라는 전시회를 개최했어요.
야외에서 아이들과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으로 전시회를 열어서 최소 500불 이상 기부 받고 그림을 판매하고 있어요.  기부금에 대해서는 신화 갤러리가 일대일로 추가 기부를 하구요.  만약에 어떤 분이 그림에 500불을 기부하시면 저희 갤러리에서 500불을 추가로 보태서 1,000불을 기부하게 되는 거예요.  많은 분들이 참가해주셔서 소외된 아이들을 위해 힘을 보태주시길 부탁드려요.
그림들은 저희 갤러리에서 상설 전시되고 있습니다.



홍콩속의 한인 갤러리,
한국 작가들...


제가 알기로는 홍콩에 60여개의 갤러리가 있고, 그 중에 한인이 운영하는 갤러리가 3개가 있어요.
한데 아직까지도 주변의 외국인 컬렉터들에게 여쭤보면 아시아 작가들 중에서도 한국 작가들은 잘 모르겠다고 그러시더라구요.  한국 작가들은 한국 사람들만 수집한다는 이미지가 아직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만큼 더 한국 작품들이 알려지기를 기대하는 컬렉터들이 있다는 말도 되는 거지요.
사실 중국의 경우 문화혁명 후에야 양지에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어 작가들이 마음껏 작품세계를 펼쳐온 역사가 비교적 짧은  것에 비해 한국작가들은 비교적 긴 역사의 풍부한 감수성과 다양한 소재를 보여줍니다.  한국작가들의 소통방식이 좀 더 창의적이라는 생각을 해요. 제가 한국 사람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더 세밀하게 공감되는 작품들이 많아요.
올해 3월부터는 그런 한국작가들의 전시회도 열어 한국작품을 외국 컬렉터들에게 소개를 하고, 널리 알리고 싶어요.

신성원 관장과 갤러리가 문을 닫을 시간을 훌쩍 넘겨서까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예술에 대해, 그리고 인생에 대해.. 화가와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면 청산유수, 이야기를 쏟아내는 그녀안에는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넘치는 것임에 틀림없다.  어떻게 보면 조금은 낯설 수 있는 현대 중국미술인데,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작가들의 삶이 입체적으로,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그림도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낯선 언어를 배우고 익히는 과정처럼 화가의 그림언어를 조금씩 알아가는 느낌이다.
일상이 지루할 때, 혹은 지칠 때 신화갤러리에 들러서 작품들과 대화를 나눠볼까 한다. 운이 좋으면 신성원 관장이 눈을 반짝이며 멋진 혹은 처절한 작가들의 삶의 이야기도 들려줄지 모르겠다.
Posted by 홍콩달팽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