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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에는 개인적인 사고방식과 생활을 고수하는 사람이라서 타인의 사생활이나 나와 관련 없는 부분은 관심도 없고 참견하지 않는 걸 불문률로 삼고 있다. 상대방이 말하지 않았는데 먼저 질문하거나 지나치게 관심을 갖는 건 참견쟁이로 인식되고, 멀리 하고 싶은 사람으로 여겨질 뿐이라고..


하지만 내가 넘어가지 못하고, 꼭 참견하고 마는 때가 있다. 오지랍 넓게도 지도를 보거나,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사람을 보면 그냥 넘어가질 못한다. 꼭 멈춰서서 어디 가냐고 묻고, 길을 알려줘야 직성이 풀린다. 특히 한국사람들을 보면 반가워 길도 알려주고, 정보도 알려주고 싶다. 이것도 정말 병이 아닐까 싶다.
 
나의 주 생활무대인 침사초이는 관광객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다. 한국인 관광객들도 종종 눈에 띈다. 갤러리아 면세점 앞에서는 주로 단체로 온 관광객들이 눈에 띄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자유여행자들이 많이 보인다. 환율이 오르기 전 한국인 관광객이 정말 많았던 재작년 추석연휴때는 집으로 가는 30분동안 6번이나 길을 알려준 적도 있다. 거 참~ 인포메이션 센터도 아니고.
 
외국에서 낯선 한국사람이 길을 가르쳐주겠다고 할때 사람들의 반응이 다양하다.
 
1. 무난형

"아, 한국사람이세요."라고 반가워하며 가려는 곳을 물어본다. 길을 알려주면, "고맙습니다."라고 감사를 표한다. 여행자는 정확한 길을 알아서 좋고, 나는 마음 편히 갈 길을 갈 수 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대부분은 이렇게 무난하게 지나간다.
 
2. 경계형

장사꾼, 사기꾼, 혹은 삐끼가 아닐까 잔뜩 경계한다. 뭐~ 외국에서 친절하게 하는 사람은 경계하는 것은 당연한 걸지도 모르지. 외국에 나와 본 경험이 적거나, 과거 어딘가에서 당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어서 심리적으로 위축된 사람들이 많다.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가 된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 말이다. 이럴땐 필요이상으로 이야기하고 설명할 필요가 없이, 원하는 경우에 한해서 길을 가르쳐 주고 가던 길을 간다.
 
3. 질문공세형

찾던 길 외에도 궁금했던 걸 다 물어본다. "XX가 맛있는 집은 어디인가요?", "야경이 멋있는 바는?", "XX역은 어떻게 가나요?", "스타의 거리 레이져쇼는 몇시에 하나요?", "고맙습니다는 홍콩말로 뭔가요?" 한두개는 애교.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의 경우 사교성이 좋고, 개방적인 경우가 많아서 대화 나누는게 즐겁다. 길거리에서 한참 서서 이야기 나누다가 즐거운 기분으로 갈 길을 간다. 그렇지만 너무 심하면..
 
-__-;;; 저~ 가이드 아니거든요. 팁을 좀 주시던가요. 살림에 보탬이나 되게..
 
4. 4가지형

길을 가르쳐주면,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사라진다. 혹은 적반하장 "근데 뭐하시는 분이예요?" 하고 기분 나쁘게 묻는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면 입에서 곰팡이가 피냐? 한대 때려주고 싶은 마음 참을 忍자 하나 그리고 뒤돌아 선다. 에라이~ 당신 같은 사람들은 안개 왕창껴서 야경 구경도 못하고, 딤섬에는 향채가 엄청 들어있고, 2층 버스 앞자리는 앉지도 못하길 바란다.  


홍콩에서 생활한 시간이 쌓여가면서 몇번의 4가지형을 만나면서 생각과 행동이 조금 바뀌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길을 가르쳐주는 게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호의에서 비롯된 행동이지만, 그 친절이 다른 사람에게는 참견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여행지에서 직접 찾아 헤매는 걸 즐기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 거다. 외국인들에게 길을 물으면서 외국어를 써보고 싶은 사람도 있을 수 있는거다. 

이제 길에서 방향을 몰라 고민하는 한국인을 보면 상대가 묻기 전에는 먼저 말을 걸거나 길을 알려주는 건 자제한다. 곤란한 표정으로 지도를 쳐다보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먼저 말걸지 않고, 살짝 눈을 마주쳐본다. 거기서 "HELP"를 외치는 교감을 통하거나, 말을 걸어오면 멈춰서서 대답해주고, 아니면 그냥 지나친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눈을 마주치면 먼저 묻는 경우가 많다.

<댓글놀이> 묻지 않았는데, 낯선 사람이 길을 가르쳐주는 것은 친절일까요? 참견일까요?
Posted by 검도쉐프